[PEOPLE] JUNG SEUNGMIN

[PEOPLE] JUNG SEUNGMIN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 정승민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일을 하고있나?
티알브이알 디자이너로서 제품 디자인
, 공간 디자인, 영상, 사진 작업 등 경계 없이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누가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잡부라고 대답할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날은 손에 망치나 드릴이 들려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연필이, 뒤돌아서면 카메라가 들려있기도 하거든요. 결국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의 대상과 목적은 사람이기 때문에 잡부처럼 영역의 한계를 의식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얕고 넓은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시간이 지나며 단단해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낍니다. 작은 경험과 노력이 모여졌을 때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된다고 믿고 있어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일을 하는가가?

직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 종종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들어 이야기합니다. 바리스타는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수하게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고객을 응대하고, 매장의 위생을 관리하고, 음료의 퀄리티도 체크해야 하죠. 존경하는 직업입니다.

디자이너가 일을 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디자인을 하는 시간보다는 결과물을 내기 위한 경험의 시간들이 주를 이룹니다. 몇 해 전에 갔던 여행의 기억이라던가 지난주에 만난 사람과의 대화 등 두서없어 보이는 다양한 경험들이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다가 순간적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거죠. 물론 그것들조차 저절로 문을 열고 나오는 건 아니고 간절하게 공부하고 찾는 과정에서 도출되고요.

 

 

티알브이알의 디자이너 로서는 어떤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가?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가사라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전부인 노래인데, 마찬가지로 모든 것들이 적절하게 제자리에 있는 디자인이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디자인하고자 노력합니다.

제자리에 있다는 건 결국 본질인 것 같아요. 프로젝트의 본질 혹은 만들고자 하는 것의 본질일 수도 있는데 본질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그대로 디자인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작업에 담기길 바라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몇 해 전까지 운영하던 브랜딩 에이전시 이름이 VACANTWORKS였는데, 브랜딩은 훌륭하고 적절한 소재로 빈 그릇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창조라기보다는 오히려 잘 겉어내고 정리해서 본질을 끌어내주고 찾아내는 작업이죠. 잘 만들어진 빈 그릇을 채우는 주체는 사람이고요.

티알브이알의 디자인을 하면서도 언제나 같은 마음입니다. 디자인하는 제품이 온전히 사용하는 사람의 시간과 함께 사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화려하게 드러나고 장식적인 것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마치 조력자가 되어 그 사람의 일상을 돕는 제품을 만들고자 해요.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 시간이잖아요.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시간 속에서 사용자의 시간을 밀도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제품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시간을 가장 밀도있게 해주는 제품이 있다면?

일상에서 입고 쓰고, 심지어 먹고 마시는 것까지 티알브이알 제품들이기 때문에 뭐 하나 특별히 꼽을 수 없이 많은데,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 착용하고 있는 벨트도 8년째 사용하고 있는 티알브이알 벨트입니다.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백팩도 마찬가지고요.

특별히 좋은 기억이 있다기보다는 오래 사용해서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그런 제품들인 것 같아요. 저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제품들이 저의 시간을 밀도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무실 창문에 LIFE NEEDS WORK 문구가 인상적이다. 일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저는 일하는 게 재밌어요. 물론 힘든 지점도 많죠. 다양한 이해관계, 예기치 않는 변수들과 산재한 문제들. 그래도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하며 나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부분인 동시에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이 아닌 사적인 일상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실 그 방면으로는 수식할게 거의 없는 단순한 일상에 가깝습니다. 평일엔 아이 아침을 챙겨먹이고 등원시키고 나면 회사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면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보내거나 동네 한 바퀴 뛰고 오면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주말에는 가족과 전시를 보러 가거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하고요.

일상의 외형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것에서 특별함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티알브이알(TRVR)TRAVELER의 약자인데, 처음에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공간의 여행보다는 TIME TRAVELER, 시간여행이라는 데서 출발했어요. 물론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나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은 아니고, 시간의 화살을 타고 매일의 삶을 여행하는거죠. 일상이라는 게 단 하루도 과거에 살아본 날이 없고, 매일매일이 인생에서 처음 맞이한 순간이잖아요. 출퇴근 길에 보게 되는 것, 방안에 드리우는 햇빛 등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익숙해지지 않고 낯설게 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매일 시간이라는 여행을 하며 일상을 보냅니다.

 

 

근미래 내지는 먼미래의 계획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처럼 브랜드 운영도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방법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교적 브랜드 초기의 기록이 라는 개인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브랜드를 일구고 있는 구성원들과 함께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기록하고 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Gentleman’s Apron온전히 저 개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었어요. 자전거를 정비하려고 만든 제품이었는데, 국내외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물론 그 경험도 너무 값지고 소중합니다. 다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나 개인이 원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구성원들과 함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우리만의 방법으로 기록하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지혜로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가정에서는 아버지이자 남편, 회사에서는 상사이자 직원 등 다양한 역할이 있는데, 제가 존재하는 곳곳에서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면 해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방법 또한 모든 요소들이 제자리에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가치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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